본문 바로가기
재테크 실험실

생애 첫 주식 투자, 어떤 기업에 하시겠습니까?

by 프리랜서 이루 2020. 8. 2.
728x90

 

 

 

 

제 생애 첫 주식 경험은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느 날 외할머니께서 선물이라며 주식 증서를 건네주셨는데, 그게 제 명의로 된 첫 주식이었습니다. 당시 돈으로 아마 30~50만 원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당시 물가를 감안하면 꽤 큰돈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주식'과 '주주'라는 개념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 주식 증서라는 종이는 제게 아무 가치도 없었습니다. 그냥 그런 게 있나 보다 하고 넘겼죠. 당시 상황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할머니께 이렇게 부탁드릴 겁니다.

 

 

"할머니, 죄송하지만 이거 말고 삼성전자 주식을 사주세요!"

 

안타깝게도 당시 할머니의 선택은 삼성전자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20년간 삼성전자는 많은 것을 이뤄 냈고 대한민국 1등 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이 되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성장하면서 덩달아 주가도 많이, 정말 많이 올랐습니다. 아래 기사에 따르면, 실제로 삼성전자 주식을 20년간 팔지 않고 보유한 투자자의 수익률은 무려 3,000%에 달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20년 동안 팔지 않고 보유했더니… 기절초풍 결과

9억5352만원 투자해 지난 4월 300억 가까운 수익

www.wikitree.co.kr

 

손익이 나면 어떻게든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인데 20년간 한 주도 팔지 않고 갖고만 있었다니 놀랍지 않나요? 존경스럽습니다. 우직하게 기업을 믿고 '존버'한 이 투자자는 그동안 배당도 받으며 자산을 더욱 불렸을 겁니다.

 

사실 저도 제 생애 첫 주식을 단 한 주도 팔지 않았습니다. 그 존재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기 때문이죠. 어쩌다 보니 장기 투자를 한 셈입니다.

 

어느 날 주주 총회를 연다는 소식을 우편으로 받고 나서야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놀랍게도 이 기업은 IMF와 닷컴 버블, 서브프라임과 글로벌 금융위기, 유로존 위기까지 잘 넘기고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살아있습니다! 정말 다행이죠.

 

이 기업이 어디냐고요?

 

바로,

 

 

 

 

 

불교 TV입니다.

 

...

 

 

그렇습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이신 외할머니의 선물은 불교 TV 주식 증서였습니다. 외할머니의 깊은 사랑과 불심이 담긴 특별한 선물이었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런데 왠지 눈물이...

 

불교 TV는 수익 추구보다 영상 포교가 주 목적인 비상장기업으로 보입니다. 배당은 한 번도 없었고 주가는 안타깝게도 엄청 깎인 듯합니다. ^^; 아무래도 이건 '투자'가 아니라 '기부'였다고 보는 게 맞겠네요.

 

 

만약은 없다지만

 

20년 전, 할머니께서 불교 TV가 아닌 삼성전자 주식을 사 주셨다면 어땠을까요? 분명 제 종잣돈 마련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대학 등록금이나 자취 보증금에 보탬이 되었겠죠.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요? 지난 20년간 삼성전자 주가는 여러 번 출렁였습니다. 어쩌면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지금이 고점이라며, 계속 폭락할 거라며 지금보다 훨씬 싼 가격에 이미 한참 전에 다 팔아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앞서 3,000%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은 어쩌다 종목을 잘 선택해 얻은 행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성공할 기업을 가려내는 선구안, 그리고 어떤 위기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의지와 인내심으로 얻어 낸 대가죠. 선택한 기업이 승승장구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할 용기도 필요하고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장투는 배신하는 일이 드물다

 

저는 사회초년생 때 처음 제 의지로 제가 번 돈으로 주식을 사봤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떤 주식이었는지 솔직히 1도 기억이 안 납니다. 그저 원금을 잃을까 봐 긴장했던 기억만 나네요.

아마 '투자'가 아닌 '투기'를 했기 때문일 겁니다. 단기 이익에만 눈이 멀었나 봅니다. 소액 투자자일수록 한 푼이 소중합니다. 그런데 왜 함부로 막 굴렸을까요? 어째서 좀 더 신중하게 투자하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장기 '투자'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제 짧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 단기 투자는 계속 푼돈을 벌어 주다가 결국에는 크게 손실을 봅니다. 반면 꾸준한 장기 투자는 대부분 단타보다 높은 수익을 내더군요. 장투가 꼭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저한테는 잘 맞는 듯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장투를 하더라도 기업에, 주식에 사랑을 쏟지 않으려 합니다. 자칫 사랑이 지나쳐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하거나 아쉬운 판단을 내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역시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외할머니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오늘도 어제보다 행복한 부자 되세요.

 

 

 

공감과 댓글, 구독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