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학) 개미들의 주식 열풍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단기간에 큰돈을 번 분들이 많더군요. 초보 투자자분들도 주식 고수가 아닌가 싶을 만큼 거침없이 레버리지(대출)를 활용해 수익을 내십니다. 배포와 기세가 정말 대단합니다.
제 투자 성적은 그에 비하면 초라하네요 ^^; 전체 수익률은 플러스인데 이렇다 할 '대박'이 별로 없습니다. 대박 나신 분들의 '계좌 인증샷'을 볼 때마다 너무 부럽고 따라 하고 싶어 지는데, 그럴 때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려 합니다. 제 목표 수익률은 달성했으니, 그걸로 만족하렵니다.
왜냐? 저는 보수적이고 소심하거든요. 저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데... (절레절레)
라떼는 말이지...
잠시 옛날 얘기를 해볼게요. 저는 약 10년 전에 처음 주식 투자(아니 투기)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과 상황이 조금은 비슷했을까요.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가 터진 직후였으니까.
아무튼 그때 가장 활발하게 주식을 사고팔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냈습니다. 대충 유명한 종목이나 추천 종목 사서 짧게 보유한 후 수익 실현했고요. 소액 투자로 푼돈을 신나게 벌었습니다. 지금 보면 순전히 운이 좋았습니다.
상장 폐지 위기...!
소소하게 수익을 내던 어느 날 '거래 정지'라는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투자한 종목 하나가 회장님의 횡령과 배임 탓에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한 겁니다. 어떤 종목이냐고요?
마니커 회장, 회삿돈 200억원 횡령..주권 매매 정지
닭고기업체 마니커의 한형석 회장이 회삿돈 200억 원을 횡령해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에 따르면 한형석 마니커 회장은 회삿돈 132억 4천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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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치킨이 좋아서... 하림보다 싸서... 마니커 샀습니다. 회사를 자세히 분석한 건 아니고요. 어차피 회장님 사정까지 알아낼 방법은 없었겠지만
닭똥 밟았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몇 달째 야근으로 쩔어 있던 터라 다른 데 신경 쓸 정신적 여유가 없었고, 그로 인해 현실 감각도 떨어졌는지 그다지 충격으로 와 닿지도 않더군요. 소액이기도 했고, 남 얘기 같았습니다. 뭐가 진짜 문제였는지도 몰랐던 거죠.
그런데 또다시 제게 행운이 왔습니다.
[특징주]이지바이오 품에 안긴 마니커 '상한가'
[특징주]이지바이오 품에 안긴 마니커 '상한가', 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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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니커가 상장 폐지 위기에서 벗어나 훨훨 날고 있더군요. 이틀인가, 사흘인가... 연속 '상한가'를 찍길래 냉큼 팔았습니다. 정말 억수로 운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제 주식 행운은 거기까지였나 봅니다.
초심자의 행운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
상장 폐지 위기를 넘긴 후부터는 몇몇 종목에서 거의 상투를 잡더니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일하다 말고 호가창 챙겨 보기도 쉽지 않고 매매 타이밍도 놓치고...
운 좋게 푼돈을 벌다가 큰돈을 담보 잡혀 버렸네요. 지금까지 배당받은 것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몇 년 만에 원금은 찾았네요.
저는 가혹한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죠. 상장 폐지는 재수 없는 똥이 아니라, 경고였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함부로 돈을 굴렸으니까요. 에휴.
그 후 저는 주식보다는 펀드 비중을 늘렸습니다. 올해부터 우량주와 배당주 두 종목만 꾸준히 조금씩 사들이고 있고요. 얘들은 20년 들고 갈 생각입니다.
한걸음 한걸음
저는 노력하면 행운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투자만큼은 그런 행운을 지속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주식 투자는 정말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한 영역인데 아무 고민 없이 쉽게 접근한 탓에 저는 행운을 붙잡아 두지 못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초심자의 행운은 찾아옵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 처음 뛰어든 분들이 달콤한 행운을 맛본 후 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네요. 무섭게 늘어나는 '빚투'도 버블의 징조가 아닌가 싶고요.
주담대 막았더니 주식 '빚투' 열풍…가계빚 사상 최대 [종합]
주담대 막았더니 주식 '빚투' 열풍…가계빚 사상 최대 [종합], 2분기 가계신용 잔액 1637조원…증가율 1.6% 주택담보대출 소폭 '감소' 증권사 신용공여 7조원 '급증'…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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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은 조정이 오더라도 돈의 힘으로 오를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그러니까 '존버'할 수 있는 여윳돈으로만 투자하렵니다. 제 정신 건강을 위해... ^^
드라마 제목이 떠오르네요.
'보보경심'.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레 걷는 마음으로, 오늘도 '매수' 버튼을 눌러 봅니다. 그러나 지난주에 펀드 2개를 환매해 버렸...
오늘도 어제보다 행복한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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