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3억 대주주 요건'은 아마 재테크 분야에서 가장 핫한 주제일 텐데요. 과연 무엇이 논란인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가족 합산' 3억 대주주?
2021년부터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진다고 합니다. 보유액 판단 기준일은 2020년 12월 30일(폐장일) 기준이고, 이때 특정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는 대주주로 분류되어 양도차익의 22∼33%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여기서 기준액 3억원은 해당 주식 보유자와 친가/외가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경영지배 관계 법인 등 특수관계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합친 금액이죠.
요즘 투자 관련 블로그와 카페에선 연일 이 정책에 대한 비판과 우려 섞인 글이 가득합니다. 얼마 전 청와대 청원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왔고, 20만 명 이상이 동의했고요.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 > 대한민국 청와대
나라를 나라답게, 국민과 함께 갑니다.
www1.president.go.kr
그래서 뭐가 문제인데?
주식 한 종목에 3억을 투자할 정도면 사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일 테니 대주주 양도소득세 정책은 소액 개미 투자자들에게 별 상관없는 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저도 소액 투자자라서 이 법에 적용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이 정책이 산불을 낼 작은 불씨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당장 작은 불씨가 나무 몇 그루 태운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기온이 건조하고 거센 바람이 불면 이 작은 불씨는 숲 전체로 퍼질 수 있으니까요...!
제가 우려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내가 번 투자 소득이 아닌데 세금은 내라?
'1가구 1주택'처럼 주식을 '일가 단위로' 취급하고 있으니 '양도세 연좌제'라는 비판이 나올 만합니다. 21세기 자본시장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전 믿기지 않네요.
“양도세 연좌제” 3억 대주주 역풍에… 가족 합산은 손볼 듯
‘동학 개미’들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이 3억원으로 낮아지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가운데 논란이 큰 가족 합산 규정을 수정할 가능성이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
www.seoul.co.kr
아빠가 올해 돈 많이 벌었다고 해서 자식이 소득세를 추가로 내진 않습니다. 만약 내야 한다면 '이중과세'와 조세 불공정 논란이 일 겁니다. 각자 번 소득에 따라 개별적으로 세금을 내는 게 맞습니다. 그래야 각자 내야 할 세금이 얼마 정도 되는지 얼추 예측할 수도 있죠.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 주식에 어떻게 얼마나 투자하는지 세세하게 알지 못합니다. 같이 살아도 모릅니다. 또 법적으로도 이런 개인 금융 정보를 모든 가족이 알아야 할 필요도 권리도 없고요. 요즘 은행이나 증권사에 가도 가족 동의 없이 다른 가족의 계좌 내역을 보여 주진 않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죠.
A와 B는 직계 가족이지만 연을 끊고 산 지 수십 년이고 서로 어디에 사는지도 모릅니다. A는 삼성전자 주식을 2억 9천만원, B는 1천만 원가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각각 3억이 되지 않으니 대주주 요건을 고려하지 않았고 마음 편히 매도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대주주 양도세를 물게 됩니다. A와 B 둘 다 억울하다며 세금 못 내겠다 하면 돌아오는 건 가산세 폭탄입니다.
3억 대주주 정책이 시행되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본인이 내야 할 세금을 예측할 수 없게 됩니다. 게다가 가족 간 불화의 원인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특히 삼성전자는 투자자 5명 중 1명이 보유할 만큼 대표적인 '국민주'이니 가족 합산하면 3억 충분히 될 수도 있습니다.
`국민株`된 삼성전자…투자자 5명중 1명 보유
6월말 기준 소액주주 145만명 액면분할로 2년전 13배 폭증후 코로나 조정때 `동학개미` 몰려 6개월새 88만명 늘어 3배 급증 1인당 평균보유액 1억4300만원 3월 대비 주가 40%가량 올라 17만명 이상 상당
www.mk.co.kr
2. 3억 주주가 진짜 '대'주주일까?
'대주주'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주주
: 주식회사에서 대다수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 보통 회사의 경영권을 지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두산백과)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58조 1,870억이니까 3억원어치 들고 있으면 100만분의 1 지분이 되겠네요. 100만분의 1 지분 가진 개인 주주가 삼성전자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지나가던 개미도 웃겠습니다.
그런데 세금은 진짜 대주주들만큼 더 내야 한다? 저는 새 정책이 시행된다면 소액 개미 투자자의 자산 증식 기회가 박탈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아아 옛날이여', '라떼는 말이야~'라는 얘기 지겹게 듣게 생겼네요. 기회는 줄고 대신 세금 항목은 하나 더 늘었고요. 이게 깊이 파보면 금융 소득과 건보료 인상으로도 연결되는 이슈고요... 하아.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가 3만 달러가 넘습니다. 주식 한 주당 3억 5천만원이 넘는다는 얘기죠. 버크셔해서웨이 시가총액은 거의 600조에 달합니다. 한국의 대주주 계산법에 따르면 버크셔 주식 한 주만 들어도 이미 대주주입니다. 과연 이 한 주로 600조 가치의 기업 경영권을 '지배', 아니 살짝 건들기라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작 아무 힘도 없는데 세금 낼 때만 대주주 취급 받는 '소소한 대주주' 수두룩 나오겠습니다. 게다가 시가 기준으로 산정하니 매년 대주주가 바뀌겠네요.
시가 기준으로 대주주 주식 양도세 부과, 한국이 유일
조세재정연구원 ‘주식시장 과세 개선방안’ 보고서주요 선진국 가운데 주식 보유금액 기준으로 ‘대주주’ 지위를 부여하고,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부과..
biz.chosun.com
3. 자본은 전 세계 시장으로 움직인다
대주주 양도세 말고 일반 주식 양도세도 도입된다고 하죠? 현재 거래세만 부과되고 있는데 양도세라는 게 새로 생긴답니다. 물론, 저는 소액 주주이지만 그럼에도 문제 제기를 하는 이유는
1) 평생 소액 투자자로 사는 게 목표는 아니라서
2)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
3) 한국 주식 시장 매력 하락할 가능성
시장을 이끄는 기관과 연기금, 슈퍼 개미 집단의 향방에 따라 시장이 움직일 텐데요, 시장의 파도에 휩쓸려 좌초(?)되기 쉬운 건 아마 누구보다도 저 같은 어설픈 소액 투자자일 겁니다. 그렇다 보니 자본의 움직임에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솔직히 한국과 해외 시장의 양도세가 엇비슷하다면, 또 한국 주식을 장기 보유한다 해서 별 다른 세제 혜택도 없다면, 과연 누가 한국 시장에 장기 투자를 할까요? 국내 1등 기업보단 세계 1등 기업에 투자하는 게 더 수익 면이나, 이젠 '세금' 면에서도 낫지 않나 싶네요.
공매도 정상화되면 한국 주식 시장이 앞으로도 우상향할 수 있을지, 자본이 유입될지 의문입니다. 네, 답은 시장이 알겠죠.
앞으로의 전망, 그리고 내 선택은?
지금까지 나온 기사를 보면 정부에선 '3억원'이라는 기준을 고집하는 듯합니다. 그냥 지금처럼 그대로 진행할 듯합니다.
새로운 대주주 법안은 애초에 아마도 불법/꼼수 증여를 잡아내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하겠지만, 꼼수는 어쨌든 불법이 아니고 불법은 찾아내면 됩니다. 처벌을 강화하던가 관련 법안을 손보면 되겠죠. 그런데 액수를 10억에서 3억으로 확 내리는 것은 그냥 세금 징수하기 위한 법안이 아닐런지요...
지금 남의 일처럼 보이지만, 곧 우리에게 닥칠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꼭 자산이 늘어서가 아니라 물가가 상승하다 보면 언젠가 기준 금액에 닿을 수도 있고,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그랬듯 기준이 하향 조정될 수도 있고요.
저는 한동안 한국 주식을 신규 매수하진 않으려 합니다. 차라리 해외 ETF나 금현물에 투자하는 게 그나마 불확실성이 덜할 것 같습니다. 국내 우량주는 그냥 적당한 선에서 배당받는 예적금처럼 취급하렵니다.
* 어디까지나 제 의견일 뿐이고, 투자 결정은 당사자의 몫입니다.
오늘도 어제보다 행복한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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